슬픈 슈퍼히어로 '인크레더블 헐크'

영화감상기 | 2008/06/13 08:10

나는 슈퍼맨이 부러웠다. 멋드러지 잘 생긴 외모와 두 팔을 벌려 구름을 가르며 하늘을 날 때마다 펄럭이는 망토, 두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 광선, 무궁무진한 파워까지. 겉옷과 속옷을 바꿔입는 비범한 패션을 감수하고서라도 슈퍼맨은 어릴 적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배트맨도 마찬가지다. 초자연적 힘을 지니곤 있진 않았어도 어두운 과거와 반항아적 기질. 검은색 망토와 가면 속에 가려진 슬픈 얼굴. 뭔가 있어보이는 그의 인간적 매력까지. 스파이더맨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극장에 나오며 자신의 팔을 뻗어보이는 모양새를 모든 관객이 취했을 정도니 말이다.

최근에 개봉한 아이언맨도 과학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그 멋진 수트는 누구나 한번쯤 입어 보고 싶은 수트이며, 토니의 천재적 두뇌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물론 그의 어마어마한 경제적 능력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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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단코 난 헐크가 부럽지 않다. 그의 모습은 전혀 영웅의 모습이 아니다. 지구 평화를 위해 싸우는 히어로들과 달리 헐크는 그저 도망자이며, 괴물이다. 전혀 멋지지도 않고, 흉직할 뿐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연민 그 자체이다. 영웅의 뒷모습은 언제나 외롭고, 쓸쓸하며, 고독하지만, 헐크에겐 되려 불쌍함마저 느껴진다.

헐크는 힘껏 달리지도 못하고, 무엇보다 사랑을 속삭이지도 못한다. 육체적 사랑을 갈구하는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애국가를 불러야 하는 그의 심정을 어느 남성이 알겠는가. 차라리 배너(에드워드 노튼)가 고자였다면 이보다 애처롭진 않을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 속에 관객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이런 헐크의 활약 아닌 활약을 지켜보는 모습이 그리 유쾌하진 않지만, 감정 이입만은 제대로다. 헐크를 향한 동정이 그 어떤 슈퍼 히어로보다 각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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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는 전체적으로 잘 빠진 영화다. 매력적인 상업 영화다. 앞서 아이언맨에 느꼈던 초반의 지루함은 찾아볼 수도 없다. 그저 과감히 축약하고, 삭제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를 조정하며, 현란한 액션과 굉음에 가까운 사운드는 영화에 마취시킨다. 길게 늘어지는 과오를 범하지도 않는다. 임팩트 있는 몇번의 대결과 대결마다 업그레이드 되는 브론스키(팀 로스) 덕분에 갈수록 재미는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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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노튼은 얼핏 헐크와 어울리지 않는다. 연기파 배우로 더 잘 알려진 노튼이 액션 영화라니. 하지만 다소 초췌해 보이는 얼굴과 삐쩍 마른 몸매는 분노 후 변신한 헐크의 모습과 극명하게 갈리면서 헐크의 이중성을 더해준다. 게다가 변신 전 내면을 통제할 수 없는 분노로 괴로워하고, 갈등하는 노튼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속편이다. 엔딩 장면에 보여진 헐크의 모습은 더 이상 연민의 대상이 아닌 진정한 히어로의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마블 코믹스의 다른 히어로들과의 연계가 기대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제 헐크도 사랑을 나눌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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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VEL MOVIES : 인크레더블 헐크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 2008/06/15 00:03 | DEL

    -이 영화는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다. 물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살펴보면 동일 캐릭터를 갖고 여러 번 영상화하는 거야 별로 드문 일도 아니지만, 대부분 전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속편의 형태를 띠고 2~3년만에 다음 작품이 나오거나 혹은 전작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되어서야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스탭과 캐스트를 몽땅 물갈이해서 재가동하는 식이 되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5년이라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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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측에서는 고심이 컸을 거예요. 이안의 "헐크"가 실패를 겪은 후, 그것을 타산지석 삼는다는게 말처럼 그리 쉬운게 아니니까요. 전작은 참 어두웠죠. 억압된 트라우마와 주체못할 힘이 만나면서 그 고뇌가 영화 전반에 깔려있으니 말이죠. 이안의 "헐크"는 지나칠 정도로 헐크의 내면 탐구에 집중했고, 그로 인해 녹색인간의 시원한 액션을 보기를 원했던 관객을 배신했습니다. 마블이 이를 바탕으로 아,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거구나, 라고 생각해 만든게..

  • Favicon of http://youngkyoung.net BlogIcon 영경 | 2008/06/13 10: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직 보진 않았는데 마지막 장면에 최소한 루머 두가지는 확실히 해명된다고 하더라구요.
    아이언맨과의 만남과 또 다른 하나는 안봐서 잘 모르겠네요.
    마블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6/15 10:07 | PERMALINK | EDIT/DEL

      마블이 차기작들이 더욱 기대되네요. 얼마나 크게 벌려놓을려는 후덜덜 합니다.

  • 세진 | 2008/06/13 22: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오늘 저녁에 재밋게 보고 왔네요 평점 9점 전 벌써 올여름 개봉할 다크 나이트를 기다린다는.....

  • Favicon of http://iblogger.kr BlogIcon 로망롤랑 | 2008/06/13 22: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와우,,요즘 영화를 못봤는데..아이언맨하고 인크레더블 헐크 보고싶네요~
    포스팅이 감성 지수가 아주 높습니다...^^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6/15 10:09 | PERMALINK | EDIT/DEL

      얼른 보세요~~ㅎㅎ;
      갠적으론 아이언맨보단 헐크가 나았답니다. 뭐, 취향대로 보세요^^

      감성지수란..? 블코 말하는 건가요?

  • Favicon of http://funfunday.net BlogIcon 펀펀데이 | 2008/06/13 23: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이거 개봉했군요. 에드워드 노튼 나온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애국가를 불러야하는건... 완전 안습입니다. ㅋ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6/15 10:09 | PERMALINK | EDIT/DEL

      노튼도 좋고, 헐크도 좋고 아무튼 기대만큼 나와서 좋더라구요.

  • Favicon of http://ripley.co.kr BlogIcon comodo | 2008/06/14 03: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요새들어서 꼬마애들이 부모님 손붙잡고 극장가자고 조르기 좋아할만한 그런 영화가 참 많이 개봉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 영화의 가치를 무시하는 이야긴 아니구요 :)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6/15 10:10 | PERMALINK | EDIT/DEL

      그런 영화가 좋은 영화 아닐까요^^? 애들과도 재밌게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 Favicon of http://bluenlive.net BlogIcon BLUE'nLIVE | 2008/06/19 10: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헐크랑 2mb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누가 더 많이, 근본적으로, 처절하게 파괴할까요?)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6/19 17:28 | PERMALINK | EDIT/DEL

      막상막할 것 같네요. 2mb는 계속 헐크를 흥분시키고, 헐크는 분노하고, 어청수는 물 뿌리고, 소화기 뿌리고, 방패로 내려 찍고.

      꽤나 재밌는 싸움이 될 듯 하네요.

  • 예영 | 2008/06/25 01: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 헐크 보고 왔습니다. 저도 헐크가 애인과 사랑을 마음 놓고 나눌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일단 감축드립니다!
    헐크와 아이언맨이 손을 잡게 된다면 재미있겠습니다. 아이언맨 영화 출시되고 나서 아이언맨의 팬이 된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언맨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영화 보고 홀딱 반해버렸지요. 돈이 그렇게 많고 머리까지 좋은 데다 바람둥이이고 군수산업체 사장이라니, 실제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욕을 엄청 먹을 만한 캐릭터인데, 개과천선을 하거니와 캐릭터에 묘한 매력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하면 헐크는 참 불쌍해요. 스파이더맨 2편 나왔을 떄 수많은 관객들이 불쌍하다 불쌍하다 노래를 불러댔는데, 헐크에 비하면 뭐 스파이더맨은 그냥 평범한 시민에 불과하네요.

    아마 우리 사회에 헐크가 존재한다면, 즉 헐크가 한국인이었다면, 아마 사고 여러 번 났을 듯........ -_-;;;;;;;;;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6/25 07:46 | PERMALINK | EDIT/DEL

      그렇다면 헐크는 아마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갔겠죠. 마음을 다스리러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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