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린다 (海がきこえる, 1993)

영화감상기 | 2008/08/28 19:50

머리가 커져가면서, 어릴적 봤던 그 재밌던 만화가 왜그리 유치하고 짝이 없는지, 보고 있노라면 얼굴이 화끈거려 피하게 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뭐든지 예외가 있는 법. <바다가 들린다>가 바로 그러하다. 10년도 더 된 작품임에도 다시 봐도 새로운 감성이 찾아든다. 첫사랑의 잔상을 찾아가는 발자취라고 할까. 서정적 감성이 물씬 베어 있다.


일본 영화도 그러하지만, 일본 애니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유년기적 감성을 현실성있게 그려내는데 탁월하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누구나 한번쯤 추억해볼 만한 감정을 섬세하게 자극한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 때 왜 그랬지, 왜 내 마음과 다른, 말과 행동으로 그, 그녀에게 상처를 줬을까하는 후회가 생길 때가 있다. 그 시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그만큼 순수하고, 설레였고, 그리고 들키고 싶지 않았던 첫사랑의 미숙한 감정을 학창시절의 회상으로부터 더듬어 간다. 일상적이면서도 인위적이지 않게, 낭만적이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게.


보통, 짝사랑은 미소녀의 전유물인 것처럼 표현되지만, 여기선 모리사키 타쿠라는 남자 고등학생의 시선에서 처리된다. 특히, "여자란 어차피 남자의 겉밖엔 보질 않는다"라며, 무토를 좋아하는 마츠노를 걱정하는 듯한 말투에서 남학생 특유의 관심없음을 빙자한 빈정거림과 경계의 속내가 드러난다. 내심 마츠노의 좋아하는 여자에 관심을 두는 일은 애초에 차단하는 마음다짐이었는지도 모른다. 타쿠와 무토와의 관계. 그리고 무토와 마츠노와의 관계. 그 속에서 타쿠와 마츠노와의 우정. 그 미묘한 삼각관계에서의 진부하지 않은 전개가 마음에 든다.

한편으론, 요즘은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다소 아쉽다. 대체로 판타지적 요소를 많이 가미된 작품이 많아졌다고 할까. <귀를 기울이면>, <바다가 들린다>, <추억은 방울방울>와 같은 작품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8.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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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08/08/29 18: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위에 적어놓으신 작품 다 봤는데 저런 작품은... 어쩐지 마음이 투명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8/31 11:10 | PERMALINK | EDIT/DEL

      서정적인 느낌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게 날 좋은 휴일에 보기 좋은 작품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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