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쓰나미는 그저 거들 뿐

영화감상기 | 2009/08/11 21:46

시대가 시대인지라, 오해가 대세다. 이런 흐름은 영화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차우>가 괴수물이 아닌 코믹물이었듯, <해운대> 역시 기대했던 블록버스터급 재난물이 아닌, 그냥 가족애를 다룬 드라마였다. 윤제균 감독은 한국형 재난영화를 만든다고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가 말한 한국형이 무엇인지, 그 뚜렷한 형체를 찾아 낼 수 없었으며, 기대했던 재난의 맛 또한 없었다. 여태껏 윤제균 감독이 흥행해왔던 그 코드를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대>는 꽤 영리한 영화이다. 여태껏 쌓아온 경험치가 있었던 탓에 흥행코드를 제대로 읽고, 한국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놨기 때문이다. <해운대>를 재난영화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실 알맹이가 하나도 없게 되어 버린다. 쓰나미의 실체에 대한 관심도는 오직 김휘(박중훈)씬에서만 집중되고 있으며, 그 밖의 주류가 되는 인물들에선 그 낌새조차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쓰나미가 휩쓸어 버리는 그 모양새가 '뜬끔'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 이전의 흐름과의 간극 또한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해운대>에서 쓰나미가 갖는 의미란, 어설프게 얽혀있던 인물들 간의 오해와 갈등을 희석시키는 부산물에 불과한 정도이다. 사실, 왜 그들의 오해와 갈등이 쓰나미가 지난간 후에 그렇게 눈 녹듯이 사라져버린지에 대한 뚜렷한 대답도 없다. 그저 내부의 갈등이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의해 잠시나마 잊혀진 정도로만 보일 뿐이다. 물론, 거기엔 쓰나미로 인해 희생된 아픔이 잔존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애초에 갖고 있던 오해와 갈등의 실마리와는 별개이다.

아무튼 이렇게 알맹이없이 맹한 영화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윤제균 감독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힘의 원천은 바로 특색있는 캐릭터에 있었다. 최만식(설경구)과 강연희(하지원)을 중심으로, 최형식(이민기), 김희미(강예원), 오동춘(김인권)의 독특한 매력이 영화내내 물씬 풍겨난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듯한 <해운대>의 쓰나미가 아닌, <해운대>에 사는 사람들의 얘기가 주구장창 이어지지만, 그 갈등과 대립이 그다지 첨예하지 않는 수준에서, 사람 냄새를 느끼게 해주고, 지루하지 않는 수준에서 마지막 쓰나미 한방까지 잘 이어오기 때문이다.

설경구의 다소 과장된 사투리와 하지원의 너무 어눌한 사투리가 살짝 거슬리긴 하지만, 그다지 크게 흐름을 해치지 않으며, 김인권을 필두로, 강예원과 이민기가 보여주는 코믹씬 역시 나름의 재치를 보여준다. CG 또한 그렇게 나쁘지 않기 때문에, 쓰나미 자체의 CG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면, 그냥 팝콘무비로써 그다지 실망스럽지 않는 수준이다

7.5점

Trackback Address :: http://badnom.com/trackback/1394 관련글 쓰기
  • 어정쩡한 오후 3시같은 영화 - 해운대 -

    Tracked from 보편적인 블로그 | 2009/08/11 23:31 | DEL

    부산 해운대, 우리 나라 여름 최대 인파가 몰리는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온다! 시놉시스의 이 한줄로 이 영화의 기대치는 엄청나게 올라갔다. 드디어 한국에서 제대로 된 재난영화를 만날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층 들떠있었다. 감독은 윤제균 감독님. 사실 이 감독의 영화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감독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 수 없었고, 무작정 영화에 들이대는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대략 4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 ‘해운대’, 쓰나미는 단지 거들뿐

    Tracked from 영화리뷰전문 무비조이 | 2009/08/12 00:07 | DEL

    160억 원짜리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해운대>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윤제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엄밀히 따지면 윤제균 감독 영화의 경우 작품에 따라 편차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안 좋은 영화는 아주 안 좋거나, 흥행에 성공해도 작품에 대한 평가는 밑바닥을 치는 경우도 있었으며, 흥행에 성공하고 작품에 대한 평가 역시 좋은 경우도 있었다.

  • Favicon of http://loved.pe.kr BlogIcon 윤초딩 | 2009/08/11 22: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푸하~~
    그냥 가려고 했더니 오리가 꽥꽥거리는군요~~

    한국영화 아직 이런장르는 멀었죠..
    이미 사람들 눈은 고급이 되었으니

    시도때도 코믹 내세우는 영화도 드라마도
    이젠 좀 짜증이 나더라고요..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9/08/13 17:43 | PERMALINK | EDIT/DEL

      확실히 자본에서 부터 한국영화는 장르의 한계성이 있죠. 그런 점에서 해운대도 재난영화라 하기엔 좀 무리가 있더라구요.

  • Favicon of http://blueshine.textcube.com BlogIcon Blueshine | 2009/08/11 23: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런가요??

    사실 같이 보자는 친구가 있는데 감독땜에 안봤어요.
    매번 끝엔 어찌어찌 신파극을 만드는 감독이라 맘에 안들어서요~

    CG가 좋기에 흥행이 잘 됬으면 하네요.ㅋ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9/08/13 17:44 | PERMALINK | EDIT/DEL

      그다지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그렇게 욕 먹을 정도로 못 만들지도 않았더군요.

  • 흠.. | 2009/08/12 07: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객 천만을 바라보는 영화이다. 나도 그 영화를 보았지만 나는 그 영화에서 색다른 것을 느꼇다. 일반적으로 어떤 재난이 닥치는 영화는 평범하게 시작해서 어떤 영웅스러운 사람이 많은 사람을 구하거나 큰 역할을 하게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영웅이 없다. 단지 오는 재난을 그냥 당한다. 또, 스토리내에서 주인공이 재난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냥 계속 진행되고 사실상 화면내에서 가장 늦게 알게되는 사람이 설경구이다. 이런 스타일의 재난영화는 없었다. 본인또한 (쓰나미는 그냥 거드는 존재) 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 바보1 | 2009/08/12 11: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기쟁이로서 기술적인 조언 한마디.변압기에서 스파크가 연속 일어나다가 결국 물속에 잠기고 사람들이 감전당하는 듯한 몸짓으로 죽어가는 장면은 엉터리.
    변압기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면 약15초 안에 변전소에서부터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고 또 그 정도의 물난리면 인위적으로도 일대의 전원을 전부 차단합니다.

  • 백핸드 | 2009/08/13 15: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리가 토하는군요.외국에 있어 보지 못하는데 귀국하면 꼭 보겠습니다.

  • 민정호 | 2009/08/16 23: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800만이 넘었다는거 솔직히 믿기 어려울 정도에요.
    제가 극장갔을 당시 저를 포함에서 중간에 나온 사람이 좀 있을 정도였는데..
    극의 흐름을 깨는 박중훈씨와 엄정화씨, 억지 드라마, 미흡했던 편집 등 보는 내내
    눈쌀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주위에 해운대 보지말라고 말리며 다녔는데 어느새 800만이 넘었다네요.
    그 800만, 부산사람들 아닐까요??
    미흡한 CG야 둘째치고 암만 오락영화라해도 과다한 억지스러움은
    뺐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9/08/19 09:05 | PERMALINK | EDIT/DEL

      확실히 800만을 넘어 1000만을 넘볼 만한 영화는 아니죠. 과속스캔들처럼 때를 잘 만났다고 할까요. 뭐, 나름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흥행 코드를 잘 읽었다고 봅니다.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  1  |  ...  74  |  75  |  76  |  77  |  78  |  79  |  80  |  81  |  82  |  ...  1178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