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김윤석의 모든 것

영화감상기 | 2008/02/15 08:49

김윤석과 하정우의 만남, 그 사실만으로도 <추격자>는 충분히 기대케하는 작품이었다. 개봉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추격자>는 전체적으로 너무 뻔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독특한 객색으로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완급조절이 잘 되어 있었다. 제목처럼 추격씬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너무 빠르다 싶을 정도로 지영민(하정우)은 엄중호(김윤석)에게 일찍 잡혀 버린다. 그런데 엄중호는 아직도 뛰고 있다. 지영민의 증거를 그리고 미진을 찾아...

<추격자>는 독특한 설정 속에 시작된다. 보통 연쇄살인범을 쫒는것은 형사이지만 <추격자>는 그렇지 않다. 바로 보도방 사장이다. <추격자>는 연쇄살인범 유형철을 체포하는데 보도방의 그들이 공헌했다는 사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엄중호는 너무나 비윤리적이고, 전혀 정의롭지 못하다. 그래서인지 시작은 불편하다. 지영민에 대한 추격 역시 미진을 위함이 아니고 자신을 위함이었다. 자신의 여자들을 팔아먹었다는 그래서 돈을 받아내야 겠다는 그런 치졸한 이유에서 말이다. 하지만 꽤나 리얼하고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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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연쇄살인범 지영민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는다. 여러 스릴러에선 연쇄살인범의 사연과 동기에 대해 주목한다. 그리고 일말의 동정의 여지를 남겨둔다. 그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안타까워 하게 만든다. 하지만 <추격자>는 다르다. 지영민에 대한 한치에 정보도 주지 않음으로써 관객이 그에게 동정할 가치조차 주지 않도록 만든다. 그에겐 전혀 감정을 이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만든다. 그다지 윤리적이지 못한 엄중호 폭력에 동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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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호는 죄책감때문인지, 책임감때문인지 언제부턴가 미진의 생사에 대해 필사적이고, 미진의 죽음에 대해 분노한다. 하지만 전혀 신파적이지 않다. 억지 눈물 내지는 억지 감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들을 엄중호에게 지영민에 대한 복수를 부탁할 요량이 되어버린다.

가장 클라이막스는 바로 슈퍼씬이 아닌가 싶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다. 미진도, 관객도, 여형사도. 미진은 이미 관객에서 있어서 감정이 이입되어 있는 인물이다. 모두가 그의 생사를 걱정하고, 기원한다. 만약 미진이 살았다면 엄중호는 지영민을 잡아 경찰에 넘기는 것에 그쳤을 것이다. 그리고 미진은 아이와 재회하는 그런 모두가 행복한 엔딩을 꿈꿀 수 있었을 것이다. 내 옆 여자 관객이 "미진은 살려주지"라고 그러했듯 말이다.

하지만 감독은 극단적 결정을 한다. 굉장히 기분 나쁘고, 찜찜한 결정을 말이다. 그런 감독의 결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굉장히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자아낸다. 그 더럽고 찝찝한 맛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된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런 결정으로 인해 엄중호는 지영민에 대한 복수심을 더 불태울 수 있었고, 관객으로 엄중호의 복수에 동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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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는 장면, 장면과 순간, 순간의 느낌은 여러 영화(<살인의 추억>, <세븐데이즈>, <공공의 적>, <올드보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들과 전혀 다르다. 그건 단지 느낌일 뿐이고 영화 자체의 성격이나 성질은 출신 성분부터 다르다. 그만큼 감독은 (장편영화) 데뷔작을 멋지게 장식했다. 하정우에겐 미안하게도 김윤석의 포스가 너무나 강력한 나머지 그의 멋지고도 비열한 그리고 섬뜻한 연기가 가려져 버렸다. 그 만큼 김윤석은 강했고, 치열했다. 영화 내내 엄중호(김윤석)와 함게 호흡할 수 밖에 없었다.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최민식이어야 하고, <살인의 추억>의 박형사가 송강호이어야 하듯 <추격자>의 엄중호는 김윤석이어야만 했다.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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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feeling-diary.tistory.com BlogIcon 비트손 | 2008/02/15 10: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번 주말 우선 관람순위가 되었습니다. 스포일러를 우려하여 일단은 드문드문 글을 읽었습니다. 영화포스터들이 모두 인상적이군요.ㅎ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15 13:51 | PERMALINK | EDIT/DEL

      이번에 끌리는 영화가 많이 개봉했던데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_)

  • Favicon of http://hallang.tistory.com BlogIcon 할랑할랑 | 2008/02/15 11:14 | PERMALINK | EDIT/DEL | REPLY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저도 남기고 갈게요!! 아 추격자 본 후유증으로 잠을 잘 못자서 피곤하네요ㅠㅠ추격자 대박을 기원합니다... 리플달아라는 오리 너무 귀엽네요 ㅎㅎ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15 13:52 | PERMALINK | EDIT/DEL

      500백만 정도는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ㅎ.ㅎ;

  • Favicon of http://indegoddam.tistory.com BlogIcon indegoddam | 2008/02/15 11:2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영화를 아직 안 봐서 글은 드문드문 읽었어요.
    예고편은 봤는데, 기대되더라고요...
    평도 좋은 것 같네요..꼭 봐야겠습니다~~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15 13:52 | PERMALINK | EDIT/DEL

      근래 나온 한국형 스릴러 중 가장 돋보입니다. 살인의 추억보다 좋았다는 평도 보이구요.

  • Favicon of http://mireene.80port.net/tc BlogIcon 종횡무진 | 2008/02/15 11: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스포 때문에 뜨문뜨문 읽었습니다.
    평이 좋은만큼 대박을 터뜨렸으면 좋겠네요^^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15 13:52 | PERMALINK | EDIT/DEL

      종횡무진님도 한번 보세요^^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 Favicon of http://samma.org BlogIcon samma | 2008/02/15 16:2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 마지막에 은지 옆에 털썩 주저앉는 중호의 모습이 아른거리네요..
    트랙백 보냅니다.

  • d | 2008/02/15 18: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거 스포일러가 너무 많군요.
    스포일러는 안적었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뼈대가 되는 줄거리를
    다 말하시면 어쩌나요.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16 01:57 | PERMALINK | EDIT/DEL

      스포일러 있다고 젤 처음에 적어놨는데......-_-;

  • Favicon of http://ggoi.tistory.com BlogIcon 꼬이 | 2008/02/16 01: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밤에 봐서 그런가 무섭습니다..ㅠ.ㅠ
    포스트가 눈을 사로잡아 글은 눈에도 안들어 오고 한번 더 읽어 봐야겠어요...ㅋㅋㅋ

  • 밀감돌이 | 2008/02/16 21: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살인의 추억은 결말이 나름 뭔가를 남기는 것 같아서 좋았는데 (범인이 안 잡힌 건 우울하지만요ㅠ)
    요건 결말이 어떨지 궁금하면서 기대도 되네요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17 09:03 | PERMALINK | EDIT/DEL

      살인의 추억만큼 포스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재밌게 보세요^^

  • 글 참 잘쓰십니다.~^^ | 2008/02/16 23: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추격자의 엄중호는 김윤석이어야 했다. 100% 동감!!

  • Favicon of http://forget.tistory.com BlogIcon 주드 | 2008/02/18 16: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모든게 다 잘 맞아떨어진 영화였지만 특히 캐스팅이 환상이었던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18 17:38 | PERMALINK | EDIT/DEL

      딱히 흠 잡을 곳이 없었죠.
      특히 기존에 이미지가 없었던 배우들을 기용함으로써 캐릭터를 극대화시켰던 것이 좋았습니다.

  • 사랑남 | 2008/02/18 20: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주멋진 영화였습니다..그런데 오버가 있더군요
    슈퍼여주인이 망치로 때리라고 부탁하는장면,교통사고로 만나는장면 그리고 마지막 미진과의 죽음의만남은 자연스러웠을까요...밖에 따라오는 여형사도 있었는데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19 06:23 | PERMALINK | EDIT/DEL

      그런 부분들이 오바였나요?
      충분히 리얼리티를 살렸다고 보는데요...^^;

  • Favicon of http://1004ant.com BlogIcon 1004ant | 2008/02/19 01: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분위기상 관객들이 전체 우향우 .. 이런 분위기라 추천 안하셔도 많이들 보실 거 같아요..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19 06:24 | PERMALINK | EDIT/DEL

      그렇죠..^^
      다들 좋다고 하니....특히 '점프'말고는 경쟁작도 없으니깐요.

  • 1ndr4 | 2008/02/19 03: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후훗...-_-)b 나도 이거 14일날 보고 왔는데.. 완전 대박이었샤... ㅠ_-
    이런 영화가 아직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아직 대한민국 영화계는 밝은거 같어~
    억! 소리나는 주연급 캐스팅에만 신경쓰지 말고..
    저렇게 억! 소리 나는 스토리/캐스팅에 신경써서 영화를 만들려는 제작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ps. 리플달고 가라는 꽥꽥이 그림 덕에 립흘 하나 추가~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19 06:25 | PERMALINK | EDIT/DEL

      비싼 개런티 주고 쓰레기 시나리오에 개차반 연출하면 누가보냐구. 배우는 무명이라도 완성도 높은 영화라면 누구든지 가서 보지..!

  • Favicon of http://happybelokan.tistory.com BlogIcon Belokan | 2008/02/19 13: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저도 보고 싶은데..ㅠ 볼사람이 엄서요~ 흑흑 ㅠ
    사람들 평은 엄청 좋던데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20 07:40 | PERMALINK | EDIT/DEL

      심야로 혼자가서 보고 오세요.
      이런 영화는 심야에 혼자 봐줘야 집에 오는 길이 스산합니다 ;)

  • Favicon of http://ssdr.tistory.com BlogIcon Sils | 2008/02/28 20: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평점 정말 바람직한 평점이예요..ㅎㅎ
    정말 영화 처음 시작할 떄 다 알려주는데 영화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놓을수가 없었죠..ㅠ_ㅠb

    •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 2008/02/28 22:23 | PERMALINK | EDIT/DEL

      제가 추천하는건 다 볼 만합니다. 전 상업영화를 좋아하거든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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